출산과 육아

캐나다 산후조리

pearl 2024. 12. 18. 09:22

내가 살고 있는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에서는, 자연분만의 경우 1박 후, 제왕절개의 경우 2박 후, 퇴원을 시킨다. 

한국처럼 산후조리원 같은 기관/시설이 없다. 

 

나는 화요일 밤에 자연분만으로 출산을 하고, 화요일 밤 늦게 출산병동에서 산후조리 병동으로 옮겨졌기에, 목요일 오전에 퇴원을 하게 되었다. 모유수유 관련 글은 다른 글에서 더 자세히 적도록 하고, 이 글에서는 출산 후 나의 몸 변화가 어떠했는지 또 나의 몸 돌봄을 위해 어떤 걸 했는지 기록하고자 한다. 

 

12/3 화요일 밤: 출산 당일 (D+1)

마법 같은 시간이었다.

방금 전까지 내 뱃 속에 있던 아가와의 skin-to-skin.

magical, joyful, painful and scary all at the same time !

그리고 2nd degree perineal tear (2도 회음 열상)

 

12/4 수요일 -  12/5 목요일 (D+2, 3)

출산 이후, 엄청난 양의 기쁨 호르몬 (옥시토신이라고 불리는?)이 분비되었던 것 같다. 병원에 있는 2박 3일동안의 사진을 보고 돌이켜보면, 나의 피부도 맑고, 머릿결도 윤기가 나고, 아가를 만난 기쁨이 흘러 넘쳐서, 행복함만 가득했던 것 같다. 

Royal Columbian Hospital (RCH) 간호사 분들과 의료진 분들 모두 친절하고 좋은 분들만 만나다. 모유수유 관련 여러 팁들을 받다. 

 

12/5 목요일 (D+3)

12시 경 퇴원하다. 퇴원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, 카시트에 아가를 태우는 것이었다.  우리 아가가 목청껏 울어대고 간호사는 카시트에 설치된 벨트를 줄여야 한다고 하고, 우리는 모든 게 처음이여서 쩔쩔 매고, 재검사를 맡고서야,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. 남편도 아가도 모두 애썼다.

호르몬이 요동치다. 나를 도와주러 와주신 친정엄마와 출산 휴가 중인 남편에게 모진 말들을 내뱉다. 영어가 모국어이고 한국어를 잘 구사하지 못하는 남편과, 한국어로만 소통이 가능한 엄마, 두 사람 사이에서, 통역을 담당할 힘이 없었다. 

 

12/6 금요일 (D+4)

2nd degree perineal tear 때문인지, 재채기를 세게 할 수도 없다.

출산은 끝이 아니라, 또 다른 시작이었다, 엄청난 변화들의 시작.  

 

12/7 토요일 (D+5)

시부모님이 집에 오셨다. 

 

12/8 일요일 (D+6)

출산 후 처음 샤워를 했다. 샤워를 하면서, 출산 후 내 항문 부위가 얼마나 부었는지 처음 알게 되었다. 차마 눈으로 볼 자신은 없었고, 샤워를 하면서 살짝 만져보고, 볼록 튀어나온 듯한 느낌에 깜짝 놀랐다. 그리고 슬프기 까지했다. 

 

12/9 월요일 (D+7)

출산 후 처음으로 외출을 하다. 엄마와 함께 집 근처 은행에 다녀왔다. 약 4천보를 걷다. 

오로의 양이 증가하다. 화장실에 다녀왔는데, 변기 아래에 blood clot (혈전)을 보다. 

 

12/10 화요일 (D+8)

아침에 일어나서 화장실에 갔는데, 생리대에 있는 커다란 blood clot을 보다. 일단 사진을 찍었다. 겁이 났다. 내 자궁 괜찮은 건가? 

오전에 NP와의 정기검진에서 사진을 보여주니, NP가 Maternity Clinic에 전화를 넣어줬다. 3시에 Maternity Clinic에서 의사선생님께 사진을 보여드리니, 다음 날 Medray Ultrasound 촬영 예약을 잡아주셨다. 

만약 오늘 밤과 그 사이에 열이 나고 어지럽고 출혈양이 엄청나게 증가하면, 바로 응급실에 가라고 말씀해주셨다. 또 다음부터는, 이런 blood clot이 있는 생리대를 보관해서 가져오라고 했다. 실험실에 검사를 의뢰할 수 있다고 했다. 나는 사진을 찍어서 보여주는 것도 "gross"하다고 생각했는데, 의사선생님은 이런 자료들이 진료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씀하셨다.

 

그리고 만약 이 혈전이, 아직 내 자궁에 태반 잔여물이 남아있는 것이라면 D&C 수술을 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씀하셨다. 나는 겁이 났다. 동시에, 빠르게 진행되는 서포트에 놀랐다. 캐나다 시스템은 다소 느리다고 생각했는데, 임신과 출산 관련해서는 캐나다에서 열심히 챙겨주는 것 같다. 

 

이런 상황 속에서 나는, 경험이 많으신 김J 박사님께 연락을 했다. 김 박사님의 격려가 힘이 되었다. 감사합니다! 

"Better discovered now than later! (...) It might actually not be a remaining placenta; but rather cysts or polyps. They grow with the baby. (...) Praying for your quick recovery! Hang in there! It's a blessing you found out so quickly! (...) Even at ERs, the wait might not be too long if you say it's postpartum hemorrhage."

 

 

12/11 수요일 (D+9)

김J 박사님의 추천에 따라, 라즈베리 잎차를 마시기 시작하다. 박사님 말에 따르면, 자궁의 순환을 돕는다고 한다.  

오후에 Medray Ultrasound 촬영을 다녀왔다. pelvic ultrasound를 하는데, 복부 초음파만 했다. 출산 후 1주일 밖에 되지 않았기에 질내 초음파는 시간이 지난 후 하자고 하셨다. 

 

12/12 목요일 (D+10)

오로가 계속 나오고, 점성이 있는 피가 나왔다. 

 

12/13 금요일 (D+11)

어? 오로 양이 줄어드는 것 같다. 하지만 모유수유를 하고 나면, 오로 양이 더 증가하는 것 같다. 

 

12/14 토요일 (D+12)

출산 후 두 번째로 시부모님이 집에 오셨다. 모유수유가 힘에 부치다. 남편과 엄마 사이에서 또 한 번의 위기를 겪다. 

 

12/15 일요일 (D+13)

오로가 끝난 줄 알고 아무 것도 착용을 하지 않았다. 그러다가 아가 모유수유를 하고 나서, 다시 오로가 시작된 것을 보다. 흑. 

 

12/16 월요일 (D+14)

소량의 오로가 나오다. 일반 생리대와 팬티라이너를 번갈아가며 착용하다. 

아마존에서 주문한 좌욕기가 도착했다. 

 

12/17 화요일 (D+15)

어젯밤 아가가 5시간 가까이 깨지 않고 잤다. 덕분에 나도 11시부터 4시까지 잘 잤다. 고마워 우리 아가. 

아침 9시 수유를 마치고, 샤워를 하고, 좌욕을 하다. 

오로가 거의 끝난 것 같다. 출산 전의 분비물과 비슷한 투명, 노란색의 분비물이 나오기 시작하다. 회복이 잘 되고 있는 것 같다. 

출산 후 처음으로 혼자 외출을 하다. 아가를 아기띠에 매고 집 앞 카페에 다녀왔고, 점심 먹고 나서는 혼자 눈썹스레딩을 받으러 다녀왔다. 약 4천보를 걷다. 컨디션이 좋다. 모유수유를 최선을 다해서 하자. 우리 아가가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하더라도, 교감해보도록 하자. 

Maternity Clinic과 통화를 했는데, 지난 주 받은 Pelvic ultrasound 결과가 모두 괜찮은 것으로 나왔다. 

 

마음 가짐:

이렇게 예쁜 아가를 만나는데, 내가 겪는 이런 변화들에 대해 너무 슬퍼하거나 좌절하지 말자.

모두 다 지나갈 것이라고 믿자. 힘든 것보다, 내가 받은 축복인 이 아가를 통해 얻는 기쁨과 삶의 의미 그리고 보람에 집중해보자.

오로도 끝이 있을 것이고, 회음부와 부어오른 항문 근처도 잘 회복될 것이다. 그렇게 믿고 그렇게 될 것이다.

하나님께서 나의 회복을 책임져주시고 나와 함께 하신다. 

 

앞으로 계속: 

- 일어나자마자, 수유하기 전에 따뜻한 물 한잔을 마시자. 

- 하루에 5천보 이상 걷고자 한다. 매크로 밴쿠버 전역에 비가 오는 시즌이라, 쉽지 않겠지만, 그래도 걸으려 노력해보자. 

- 라즈베리 잎차를 계속해서 마셔보자. 

- 하루에 2번 좌욕 (각 5분씩)을 계속해서 해보자.

- 지금 먹고 있는 영양제를 꾸준히 챙겨먹자. 종합비타민 (Prenatal Multi-Vitamin, Thorne), 엽산 (한국에서 사온, 솔가 제품), 철분 (Feramax)

- 3월 이후로 초음파 검사를 통해 (질내 초음파가 필요하다면 그것도 포함해서), 자궁의 건강 상태를 다시 한 번 체크업 하자.